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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2억 받고 튄 놈이 말해주는 홍대 폐업의 진짜 속내, 임대차 계약서에 답 있다

홍대입구역 7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 2022년 11월까지 ‘감성 와인바’ 간판을 달고 있던 그 건물 2층. 지금은 텅 빈 공간에 새 임차인이 권리금 2억을 인수하며 들어왔다. 근데 웃긴 건, 그 2억을 회수하기도 전에 석 달 만에 문 닫았다는 거다. 오늘 이 이야기는 그 권리금 2억짜리 계약서에서 시작한다.

## ‘감성’이라는 이름의 함정

홍대 상권에서 2023년에 사라진 업소들의 공통점 하나. 그들은 ‘감성’이라는 단어로 승부를 봤다. 분위기 좋은 인테리어, LP 음악, 시그니처 칵테일. 문제는 이런 요소들이 전부 권리금 산정의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2023년 1월부터 6월 사이 홍대 A구역(서교동 365번지 일대)에서 폐업 신고를 한 업소 14곳 중 11곳이 이른바 ‘감성 주점’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평균 권리금은 1억 8천만 원에서 2억 2천만 원 사이. 바닥 평수 대비 권리금 배율이 업종 평균의 1.7배 수준이었고.

임대차 계약서를 실제로 들여다보면 더 어이가 없다. 이 업소들의 보증금-월세 비율이 거의 10:1에 수렴했다. 보증금 5천에 월세 500, 이런 식. 상가임대차보호법 환산보증금 초과 구간에 해당하면서도, 오히려 권리금만 부풀려서 계약한 거다. 결과는 뭐겠나. 매출이 조금만 떨어져도 권리금 회수고 뭐고 없이 월세 압박에 사라지는 거다.

## 살아남은 놈들의 다른 계산법

반대편을 보자. 같은 기간, 같은 동네에서도 오히려 매출이 오른 곳들이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들은 권리금 대신 다른 방식으로 계약을 짰다.

서교동 363번지에 있는 한 주점은 2023년 초 리뉴얼하면서 임대인과 ‘단기 임대차 + 매출 연동’ 계약을 했다. 권리금은 0원. 대신 월세를 시세보다 20% 높게 책정하고, 6개월 단위로 재계약하는 구조였다. 여기에 매출 2천만 원 초과분의 3%를 추가 임대료로 지불하는 조항을 넣었다.

계약서 보면 진짜 미친 디테일이 숨어 있다. “임차인의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익일 오전 2시까지로 제한하며, 이외 시간 영업 시 월세 10% 가산”이라는 조항. 이 조항의 함정은, 홍대 상권에서 새벽 2시부터 5시 사이에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18%에 달한다는 거다. 즉 이 임차인은 이미 그 시간대 매출을 포기하고 계약한 상태였던 거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 답은 ‘매출 밀도’에 있었다

이 가게의 핵심은 공간 활용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주점이 1테이블당 3.3제곱미터(1평) 이상을 확보하는데, 이곳은 1.5제곱미터로 조였다. 대신 테이블당 회전율을 1.8배로 끌어올렸다. 메뉴는 콜드 디시 위주 6종류, 핫메뉴 3종류, 주류는 생맥주 2종과 소주 단일 품목. 주방 인력은 1명, 홀은 2명 고정에 피크타임만 알바 1명 추가 투입.

권리금 2억 받고 나간 옆 가게가 1일 평균 매출 120~150만 원 선에서 허우적댄 반면, 이 가게는 1일 평균 90만 원선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냈다. 차이는 인건비 42% 대 28%, 원가율 35% 대 22%였다.

## 결국 권리금은 리스크 프리미엄이다

내가 지난 5년간 임대차 계약서 300개 넘게 검토하면서 깨달은 패턴이 하나 있다. 권리금이 높은 매물은 90%가 ‘감성’을 팔고 있었다. 인테리어 비용, 초기 마케팅비, 브랜드 컨설팅비 이런 것들이 전부 권리금에 녹아드는 거다.

근데 문제는, 그 감성이란 게 임대인이 아니라 임차인 돈으로 만든다는 거. 그걸 또 다음 임차인에게 권리금으로 넘긴다. 이 구조 자체가 폰지 사기랑 다를 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돈으로 만든 분위기를 왜 남에게 권리금으로 받아야 하는지, 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계약서 쓸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권리금 2억 받고 나간 사람이 진짜 승리자일까, 아니면 권리금 2억 주고 들어온 사람이 바보일까?” 답은 여러분이 직접 판단하시라.

을지로 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이는데, 을지로 비즈니스클럽 같은 데 가보면 이런 권리금 게임을 반대로 푸는 사례들이 있다. 관심 있으면 찾아보시고.